네 엄마와 네 학원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보낼 것인가 얘기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아닌 '입시'를 위한 도구인 '학원'이니 레버리지 차원에서 효율성을 따져서 보내자고. 남들이 세워놓은 테크트리 그대로 타지 말자고. 시간과 에너지와 자본을 과하게 쏟아붓지 말자고.
* 기본적으로 '교육'이라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하고 익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고민하고 하나씩 깨달아 가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생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고, 그러한 과정 없이는 체화시킬 수가 없다. 그저 암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배움이라고 하기 어렵다. 암기를 시키는 것 자체를 교육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학원은 교육의 곁가지 혹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 교육은 사교육이 중심이 되어 버렸다.
학부모가 되어 점점 더 크게 깨닫는 것은 더 이상 학교가 교육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성이나 가치를 가르치는 곳이 될 수도 있고, 학업을 쌓는 곳이 될 수도 있는 곳이 학교가 아닌가. 그러나 이 생각은 지금의 현실과는 무척 동떨어진 상상속의 학교이다. 모두가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다 배우고 등교를 하는 상황이니 과연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 싶다. 학교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는 그저 아이들이 입시를 위해서 거쳐가는 자격증, 스펙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조금 심하게 생각하자면 부모들의 입시를 위한 테크트리에 학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학교, 교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다 배울 텐데 라는 생각으로 입학을 시켰다가 크게 후회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또래들은 이미 높은 단계의 선행 학습 혹은 레벨이 되어 버렸기에 학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며 후회하게 된다. 영어학원을 보내기 위해서는 레벨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레벨 테스트를 받기도 쉽지 않다.
주객이 전도된 이상한 현실을 쉽게 받아 들이기 어렵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인 것을!
*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
학원을 안 보내면 우리 애가 뒤쳐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학원을 보낸다? 아니다! 실제로 뒤처진다. 왜냐하면 학교 수업은 이미 배워온 애들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과 과정에서 영어가 시작되는데, 알파벳과 단어를 배워가지 않으면 그 학생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질 것이다. 악기를 배우지 않은 채 첫 음악 시간을 맞이하면 어떻게 될까? 악보를 볼 줄 몰라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단다. 학교에서는 절대로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따라서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 이 사회의 바람직한 구성원을 만들기 위해 교육제도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교육제도에 따라가기 위해 학원을 미리 다닌다. 이런 망가져버린 교육제도를 탓하기에 우리는 현실과 너무 직면해있다. 그리고 이미 교육 정책 결정자들은 자녀들은 최첨단의 테크트리를 열심해 타고 있다. 이쯤 되면 어이없게도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 레버리지적 관점에서 학원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다고 모든 학원을 다 보낼 수도 없다. 좋다는 것만 골라서 보내기도 애매하다. 왜냐하면 그 좋다의 기준에 부합하는 학원에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비용도 배 보다 큰 배꼽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효율적으로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어떤 아이들은 수학만 몇 가지 학원을 간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들인 에너지 - 비용과 시간에 비례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아직은 좀 더 인생이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아직은 알 수 없으나 그 무엇이 되었든 본인이 관심이 가는 분야를 알아내기 위해 일단 여러 학원을 고루 보내기는 해보자고 했다. 모든 에너지를 모든 분야에 다 쏟을 수는 없으나 대신 여러 가지 맛보면서 주와 부를 구분하여 학원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예 안 하면 어차피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평가만 할 테니 아이는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가령 수영이나 피아노 같은 것은, 생존 수영이 어느 정도 가능할 때까지, 그리고 악보를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보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교과목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보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주는 학교가 아니므로 학원을 통해 미리 어느 정도 공식(?)을 외워게 해서 보내고, 그 깨달음은 나중에 천천히 그의 인생을 통해 얻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차피 모든 교과목을 모두 100% 이해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저 최소한의 소양만 갖추기를 바라고 이 입시제도라는 게임의 룰에서 먼저 간 학부모들이 제시한 테크트리를 내 깜냥 내에서 적당히 맞추는 것일 뿐이다.
* 뉴런의 관점에서의 학원
예전에 뉴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어느 나이가 되면 자극을 받은 뉴런은 확장이 되고, 자극이 없는 뉴런은 닫히고 만다고 한다. 즉, 경험해본 분야는 이후에 더 쉽게 개발과 확장이 가능하지만 안 해 본 분야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개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때에 기타를 치고 있다면 점점 더 기타를 잘 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때 기타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성인이 되어 기타 배울 때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이가 바로 우리가 아는 '중2병'의 그 나이 즈음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단순히 학업 관련 교과목보다는 여러 분야에 대해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주려고 한다. 중2병의 증상이 발현되는 그때가 나름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 사교육에 끌려 운영되는 공교육
학원을 보내는 문제로 고민을 해보니 현 교육제도를 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육제도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혹 교육 현장에 있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한 제도를 만들기는 무척 어려운 것 같다. 그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은 한참 전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그 교육부의 수장들이 정치권에서 흘러온 사람들인 경우도 많아 보인다. 즉 지금 학교가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면서 교육제도에 대해 운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나는 현대 국가에 있어서 교육이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 사회 구성원이 될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국가의 교육제도를 벗어난 사교육에 우리 교육이 의존하게 되고, 학교도 그러한 사교육에 맞추어 운영된다면, 거창하게 교육이라고 부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저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학교가 존재하게 될 수밖에는 없다.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학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서 학교끼리 경쟁하는 수 밖에 없다.
학원 보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학원은 그야말로 Sergical Strike처럼 보낼 것이다. 전략적으로 짧고 굵게. 예능은 적당히 익힐 정도로만. 향후의 확장은 본인의 몫이다.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비난은 딱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고 그 정책 결정권자들도 어차피 자녀들을 그 제도를 최전선에서 활용해서 입시의 우월을 누리게 하고 있는데 굳이 현 교육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로 학원은 적당히 잘 보내자, 가성비와 효율을 따져서, 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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