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서 너희들을 보면, 우리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들이 얼마나 답답해하셨을지 갑자기 느껴지고,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아직 인생이 재미있기만 한 너희들에게 부모로서의 안타까움이 과연 얼마나 이해가 될지 알 수가 없더라. 그러는 와중에 항상 느긋하고 모든 생명들에 무한한 관심을 표하는 둘째에게,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은 서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이런 말을 해두고 싶어서 적어 본다.
"Better early than late."
예전에 출장 갔을 때 바이어가 했던 말이다. 나는 시간을 딱 맞춰서 하기보다 많이 일찍 가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시간이 아깝지만 대신 늦어서 후회하지는 않을테니까. 바이어와 미팅과 식사를 마친 후에 공항에 가려고 했더니 비행 일정 시간보다 다소 이른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늦는 것보다는 낫겠다며 바이어가 했던 말이다. 왠지 인생을 더 겪은 노인이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암튼 그 노인의 말처럼 늦는 것보다는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좋은 이유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 화장실만 가면 오리무중이라니
우선 화장실에 가면 오리무중이라 그건 좀 과하지 않나 싶다. 화장실에 오래 있느라고 학원을 못갔다고 하니 이건 정말 과한 것 같다.
물론 너는 '아빠도 화장실 오래 가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건 나도 인정하지만 화장실 가느라 학원을 빼먹거나 회사에 지각한 적은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구나. 나는 예전에 화장실에 책을 여러 권 두고 화장실 갈 때마다 읽는 습관이 있었지. 물론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하긴 하더라. 암튼 그때 생긴 습관이라 지금도 폰을 꼭 들고 들어가게 되더라.
그게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으니 너에게도 권하지 않는 것이란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있을때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너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군대 갔다 오니 중요한 순간에는 일단 의지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경험하게 되더라. 꼭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 오늘 보낸 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다른 측면이니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구나.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서 남은 시간 내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러니 흘러가버린 시간만 아깝고 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후회가 될 수밖에 없겠지. 나도 시간의 소중함을 몰랐던 때가 있었는데, 너도 계속 모르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미리 얘기해줘서 나보다는 빨리 시간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한다.
- 오늘 놀고 내일 몰아서 하기 보다 오늘 몰아서 하고 내일 노는 것이 좋은 이유
내가 볼 때 미리 준비해서 좋은 점은 바로 조급함이 없다는 점이다. 가령 '난 지금 놀고, 내일 시간을 딱 맞게 남겨둔 후에 그때 몰입해서 시간 맞춰서 마무리해야지'라고 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면 조급 해질 테고 마무리가 매우 어렵게 되겠지.
반대로 미리 해야할 일을 미리 다 해놓은 후에 다른 일을 한다면 그 이후의 시간이 매우 여유롭게 될 테니, 해야 할 일도 이미 다 해놓았고 여유롭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훨씬 좋다고 생각이 든다.
가령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하지 못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대신 해야할 일을 먼저 마무리 지은 후에 다시 한다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 나이가 먹을 수록 점점 더 시간이 소중해진다.
지금은 어려서 시간의 소중함도 잘 느껴지지 않고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지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해하려 노력하면 좋겠다. 일의 순서를 바꾸면 무엇이 좋을지 고민해보고 시간을 최대한 아껴서 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중에는 점점 더 시간이 소중해지거든. 왜냐하면 내게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말이야.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 가거든!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고자 한다. 미리하고 우선순위를 두어서 하고, 그래서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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