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또 그 생각이 나더라. 언젠가 네가 어렸을 적에 단 둘이서 잠실에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었지. 매표소 앞쪽에는 어린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3D 게임기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고. 어려서부터 '안돼'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고, 항상 아껴야만 한다는 생각만 있던 나였는데, 너는 감사하게도 게임을 하고 싶다며 표현을 해주었지. 영화를 다 보며 몰래 얼러서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었는데, 너는 왠지 게임기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결국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 깜짝 놀란 나는 미안한 마음에 얼른 다시 너를 데리고 가서 결국 게임을 같이 했단다.
* 미안하더라.
가끔 생각나는데 너한테 못해줘서 미안한 점이 종종 있더라. 내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특히 어머니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셔서 많이 조르지도 못했었는데, 왠지 나도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 교육적으로 왠지 신뢰가 가니까 네 엄마의 조언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로, 이제 내가 여유가 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그리고 가끔은 네 어렸을 적의 기억에 좋은 기억이 남도록 하기 위해 긍정의 용어를 최대한 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도 종종 이런 일들이 생각날때마다 너에게 참 미안하더라. 어쩌면 너는 아주 오래전에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더라.
* 돌이켜보니 고맙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네가 그 때 표현을 해줬다는 점과 뒤끝이 없었다는 점이다. 너도 두고두고 생각나고 툴툴대고 서운해했다면 나는 더욱 미안했었겠지. 그래도 너는 돌아서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좋은 기억을 남겨 놓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잘 표현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가끔은 네가 고집을 부려 내 생각과 다른 때에는 서로 부딪히기도 하는 것 같더라. 그래도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네 생각을 표현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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