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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3

그래도 눈치 보는 사람이 되지는 말렴. 꽤 오래전이었어. 네가 네 살쯤 되었을 때였지. 너랑 단둘이 종로 쪽인가 공연을 보러 갔었어. "Jump"라는 공연이었지. 태권도 같은 무술을 기본으로 약간의 서커스 같은 느낌의 연극 같은 공영이었어. 높이 뛰고 차고 구르고! 너는 너무너무 재미가 있었나 봐. 정말 열심히 보았지. ​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입구로 나왔다. 입구 앞으로는 출구 옆으로 긴 테이블을 마련해서 공연을 했던 배우들이 앉아 있었어. 유료 안내책자를 사면 싸인도 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 주었지. 역시 상술이란! 이런 걸 사면 아깝지. 그런데 너는 무척 그걸 사고 싶었나 보다. 첨에는 내가 '뭐 이런 걸 사냐'고 말했지만, 너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계속 그 근처를 서성였지. 그래서 '이거 사줄까'했으나 괜찮단다. 그리고 유료 .. 2021. 5. 27.
선을 넘지 말자 어제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니. 네가 수영 마치고 1층에 다 같이 내려왔는데, 재연이 어머니가 잠시 볼일을 보는 사이 너랑 재연이랑 둘이서 밖으로 나와서 너무 많이 가버렸잖아. 내가 너한테는 좀 버럭 하기는 했는데, 남의 자식에게 엄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거든. 딱 거기 입구 앞까지만 가고 말았어도 좋았을 뻔했다. 살다 보면 마냥 좋다 좋다 할 수는 없거든.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말아야 하는 거지. 같이 놀더라도 적당히 놀고 집에 돌아와야 다음 날 또 놀 수 있을 거야. 친구와 장난을 치더라도 과하면 안 하니만 못하다. 그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당사자(친구, 부모님 등)의 반응에 좀 신경 쓰면, 그래도 과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수로 선을 넘어 버리는 것과.. 2021. 4. 16.
심부름. 눈치. 나는 아버지가 망치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망치만 가져가면 꾸중을 들었다. 뭘 하시려는지 눈으로 보고 못까지 크기별로 챙겨가야 했다. 담배를 사오라고 하여 담배를 사다 드리면 꾸중을 맞았다. 재떨이와 성냥, 물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겨울 그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여 갖다 드렸음에도 아버지는 혀를 쯧쯧 찼다. 영문을 모르는 내게 떨어진 말, “사내새끼가 머리가 그것 밖에 안 돌아가면 어디에 쓰겠냐. 담배를 피면 연기가 나오지? ”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라는 뜻이었다. - 세이노의 가르침 p109 이 글은 아직도 왕왕 생각이 난다.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소위 사회에서 주목받고 잘 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존심이 세고, 지금도 그렇지..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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