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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

심부름. 눈치.

by 날아라77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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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가 망치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망치만 가져가면 꾸중을 들었다. 뭘 하시려는지 눈으로 보고 못까지 크기별로 챙겨가야 했다. 담배를 사오라고 하여 담배를 사다 드리면 꾸중을 맞았다. 재떨이와 성냥, 물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겨울 그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여 갖다 드렸음에도 아버지는 혀를 쯧쯧 찼다. 영문을 모르는 내게 떨어진 말, “사내새끼가 머리가 그것 밖에 안 돌아가면 어디에 쓰겠냐. 담배를 피면 연기가 나오지? ”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라는 뜻이었다.
- 세이노의 가르침 p109

이 글은 아직도 왕왕 생각이 난다.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소위 사회에서 주목받고 잘 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존심이 세고, 지금도 그렇지만, 남의 눈치 안보고 내가 할 것만 하고 내 주관대로만 살아간다. 나는 초지일관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줏대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그래서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설령 득을 못 보더라도 내 주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이 든다.
다만 남의 생각을 읽고 미리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거라 생각이 들어서 정말 하기 싫었던 것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잘 못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미리 대비하고 맞추어 주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는 정말 훌륭한 배려가 될 수 있고, 부차적으로 그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빠릿빠릿하고 미리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 때, 팀장님과 '친해지길 바래'라며 주위 동료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또 'Advice'를 따르기도 하고, 안주인의 격려에 따라 노력을 해보기도 하였으나, 되려 그분에게 내가 '아부'와 '뇌물'이라는 이미지로 비추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해졌던 적이 있다. 나도 하기 싫은 것을 정말 어색하고 티나게 했었나보다. 다들 친해져보라고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나에게 전수해주었던 것인데.
암튼 나만의 길을 걷는 것과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꼭 어느 한쪽만을 고집할 것도 아니고 어느 하나는 꼭 나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때가 있더라.
고로 자기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가되 그 허용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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